“고려 말 이성계가 위화도 회군을 할 때 갑옷에 변을 보고 달아나는 기러기 한 마리가 있었다. 화가 난 이성계가 이곳까지 쫓아와 활로 기러기를
쏘아 떨어뜨렸다. 그런데 떨어진 기러기가 언덕으로 변했다. 그래서 이곳을 한자 기러기 안 자를 써서 안산(雁山)이라 했다.” 전후 맥락 설명 없는
전설 따라 삼천리 같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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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화도 회군하여 개경에서 최영 장군과 최후의 결전해야 하는 긴박한 와중에 이런 한가한 이야기가 가능할까? 기러기 똥 세례에 아무리 화가 났다
해도 개경에서 서울까지 남쪽으로 60~70km 거리인 여기까지 쫓아와 활로 쏘아 떨어뜨렸다는 이야기는 아무래도 수상하다. 이성계가 위화도에서
회군하여 개경으로 진격하는데 하늘에서 갑자기 기러기 똥이 쏟아진 것은 이성계에게는 불길한 징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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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고려왕조에 충성하는 최영 장군 측에서 보면 이건 하늘의 뜻을 거스른 이성계에게 내린 경고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아마 이 고사의 숨은 배경에는
회군한 이성계 군대에 개경에서 패해 남쪽으로 쫓겨온 최영 장군 잔당이 이곳 동산에서 최후의 결전을 벌이다 모두 죽임을 당해 묻혔던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이성계의 화살에 떨어진 기러기는 최영 장군 측 군사들이고 안산(雁山)은 그들이 묻힌 장소가 아닐까? 이건 순 내 뇌피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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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이성계도 기러기 똥 세례 봉변을 당하고도 조선 왕조를 창업해 왕이 됐다. 그러니 그 일이 꼭 재수 옴 붙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흉조가 아니라 길조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전에 비둘기 똥 세례를 받은 아가씨도 그때의 일은 액땜했다고 치고 좋게 생각했으면 싶다.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지어낸다”라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란 말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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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출근길에 비둘기 똥 세례를 받는 것은 날벼락이다. 나는 지금도 출퇴근길에 원인재 전철 역사에만 들어서며 꼭 천장을
한번 쳐다보는 습관이 있다. 몇 달 전 하마터면 간발의 차이로 어느 아가씨 대신 내가 봉변당할 뻔한 사건의 트라우마다. 재수 옴 붙은 날 피하려면 전철
탈 때 천장 조심! 비둘기 조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