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바꾸는 관세사의 미래
작성자 : 김재석 조회수 : 48
등록일 : 2024-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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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바꾸는 관세사의 미래

김재석/관세사/한국사마천학회 이사

 

202414, 한국관세사회 6층 강당에서 열린 제5회 관세발전포럼 세미나는 AI 시대에 관세사의 역할이 어떻게 변화할지를 깊이 고민해 볼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한국관세무역개발원과 한국관세사회 공동 주최, 관세동우회의 주관으로 열린 이번 행사는 AI와 관세, 무역 업무 혁신 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습니다. 80명의 관세사와 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관세사로서의 미래와 그 역할을 논의했습니다.

 

AI가 협력자인가, 잠재적 위협인가?

 

강연자로 나선 더존비즈온의 지용구 부사장은 "인간이 낼 수 있는 퍼포먼스는 최대 49%이고, 나머지 51%는 연결이 채운다"라는 말로 발표를 시작했습니다. AI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한계를 보완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는 뜻으로 들렸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AI가 단순히 우리의 협력자로 남을지, 아니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날 위험이 있는지를 생각해 보게 했습니다.

 

지 부사장은 영화로 바라보는 AI를 설명하면서 이런 질문도 던졌습니다. "AI는 인간적인가? 인간의 적인가?" 기계학습 창시자로 챗 GPT AI 모델의 개발에 큰 역할을 해 AI 기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토론토대학의 제프리 힌턴 교수조차 AI의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습니다. 그 역시 AI가 인간의 제어를 벗어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AI가 협력자로 남을지, 아니면 제어할 수 없는 위험으로 발전할지에 대한 경고가 저를 비롯한 참석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AI 시연 관세 업무 자동화의 가능성과 한계

 

강연의 하이라이트는 AI를 활용한 관세 업무 혁신 사례에 대한 실시간 시연이었습니다. 특히 AI가 인보이스와 패킹 리스트의 내용을 순식간에 처리하여 수입신고서에 자동으로 입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관세사로서 수작업으로 꼼꼼히 검토하고 입력해야 했던 복잡한 업무가 단 몇 초 만에 완성되는 모습을 보니, 지금까지의 업무처리 방식이 얼마나 빠르게 바뀔 수 있는지를 실감하게 됐습니다. "과연 AI가 복잡한 업무도 해낼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들었지만, AI 기술이 이렇게 빠르게 발전하는 걸 보니 조만간 현실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한 가지 인상 깊었던 시연은 상품의 HS 분류 업무였습니다. 관세사라면 누구나 알고 있듯이, HS 분류는 상품의 특성과 용도를 정확히 파악해 적절한 코드를 부여하는 전문 영역으로 숙련된 관세사들도 까다로운 업무입니다. 그런데 AI가 물품의 사진을 올리자마자 해당 HS 코드를 실시간으로 도출해 내는 모습을 보며, 관세사의 전문 영역이라고 여겼던 분야까지도 AI가 수행할 수 있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습니다. "과연 관세사만의 영역이 남아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참석자들 사이에서도 위기감과 기대감이 교차하는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시연을 보면서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그날 발표된 AI 기술들은 주로 내국세를 다루는 세무사 업무에 기반한 사례들이 많았고, 우리가 다루는 통관 업무에 대한 구체적 적용은 아직은 깊이 있게 다루어지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관세 업무는 수출입 통관과 관련된 복잡한 규정과 절차를 다루기 때문에 세무사의 내국세 업무와는 다른 특수성이 많습니다.

 

아직은 AI가 통관 업무의 세세한 부분을 완벽히 소화하지는 못하지만, 조만간 이 분야에서도 본격적인 연구와 개발이 이루어질 것이라 기대합니다. 회계, 법률사무소나 세무사영역에서 AI가 혁신적인 성과를 내는 만큼, 관세 무역 통관 분야에서도 조만간 유사한 혁신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세사로서 남아 있는 고유의 역할은 무엇일까?

 

시연을 지켜보며 기대감과 불안감이 동시에 밀려왔습니다. AI가 단순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는 능력을 보고 나니, 효율성 향상에 대한 기대가 생기는 한편, 관세사로서 우리의 역할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관세사로서 여전히 AI가 대체하지 못할 영역이 있다는 점에서 약간의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관세 업무는 종종 복잡한 법적 해석과 규정 준수가 요구되는 특수한 상황이 많고, 고객과 세밀한 소통과 맞춤형 자문이 중요합니다.

 

AI가 규정을 완벽히 이해하고 특수한 상황에서 법적 판단을 내리기까지는 아직 한계가 있으며, 고객의 특수한 상황에 맞춰 세밀한 자문을 제공하는 데도 인간의 경험과 판단이 필수적입니다. 앞으로 관세사는 AI를 도구로 활용해 반복 작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AI가 하지 못하는 부분의 업무에 우리 관세사들이 더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AI와 함께 나아갈 길 세미나 후의 대화

 

세미나 후, 마다가스카르에서 한국 세관의 선진 통관 시스템을 전수하고 얼마 전 돌아온 김영춘 박사님과 AI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최근 AI 전문 자격증까지 딴 선배 관세사님이 함께한 뒤풀이 자리에서도 AI와 관세사의 미래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그 자리에서 즉석에서 스마트폰 CHAT GPT를 이 이용해 세 명이 맥주를 마시는 장면 을 그려보는 실험을 해봤는데, AI가 순식간에 그 장면을 생성하는 모습을 보며 미래가 이미 우리 실생활에 깊숙이 와 있구나 라는 실감이 들었습니다.

 

강의가 끝나고 세미나장을 나서면서 AI가 가져올 변화를 위기로만 볼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성장의 기회로 받아들일 것인지는 결국 우리의 선택에 달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AI와 함께할 미래를 준비하며, 인공지능 시대 주어진 도전과 기회를 우리 관세사들이 어떤 길을 걸어야 할지, 앞으로 함께 많이 고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세미나를 통해, 앞으로의 경쟁력은 AI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AI 기술의 발전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며, 관세사 업계도 이러한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고유의 영역을 잘 지키면서, AI와 협력하여 전략적 자문과 고차원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전문가로 거듭나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