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 수립, 대학강의 등 45년
내공이 빚어낸 ‘알짜’ 경제학!
한국산업은행 총재를 지낸 저자가 공직생활 30년, 대학강의 15년을 정리하는 저작을 냈다. 한국경제가 눈부시게 발전하던 1970~1990년대, 저자는 그 치열했던 현장과 공직자의 철학을 담담히 그러나 묵직하게 들려준다. 저자의 실제 경험이 중간중간 들어간 경제학 강의는 이론과 현장을 충실히 엮어내 역동적인 경제의 흐름을 파악하게 한다. ‘경제이야기’라는 소박한 제목을 달았지만 급락하는 한국경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치열한 내용을 담았다.
이제야 털어놓는 대북송금 비화(秘話)
저자의 공직생활 30년을 한국경제 성장과정과 발맞추어 저술한 1부 ‘공직의 길’에는 한국경제 발전의 중요한 마디와 공직자로서 지녀야 할 태도가 모두 담겼다. 저자의 경험은 관세, 금융, 중소기업과의 경제협력 등 국내에서부터 국제투자, 외환, OECD 가입 등 해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아울렀다.
또한 저자는 ‘공직’에 몸담은 사람이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할 청렴, 책임감 그리고 사익보다 공익을 추구하는 자세를 강조했다. 최근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의혹 사건과 관련, 저자는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며 “이 시대의 공직자가 오늘날처럼 부끄러운 모습으로 국민에게 각인될 것을 걱정하면서 공직자의 역할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취업 준비를 하는 청년 10명 중 4명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이른바 ‘공시생’의 수가 25만 명을 넘는 현재 모두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고백이다.
저자는 산업은행 총재직에 있을 때 산은이 현대그룹에 지원한 자금이 북한으로 송금되는 정황을 포착하고 현대 측에 자금용도를 분명히 밝히라 요청했다. 비밀스러운 방법으로 거액의 현금을 제공하면 군사적, 정치적 용도로 사용될 것을 우려해서다. 정권실세 P씨의 이런저런 청탁을 거절해 ‘미운털’이 박혔는지 총재직 8개월 만에 물러난다.
저자는 SK텔리콤 사외이사로 활동할 때 해외자본에 넘어갈 뻔하던 하이닉스를 SK그룹이 인수하도록 강력히 건의해 이를 실현한 것을 큰 보람으로 삼는다.
이론과 현장이 어우러지는 경제학 강의
2부 ‘시장, 경제, 정부 그리고 한국경제’는 저자의 강의생활 15년을 응축한 경제강의로 구성됐다. 흔히 경제학을 합리적 인간이 최적의 결과를 찾아가는 방법론으로서의 학문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저자는 인간이 모순된 품성을 가지고 의식적으로 혹은 충동적으로 행동하며, 이 과정에서 경제문제가 수시로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하여 저자는 이론과 함께 다양한 사람이 서로 협력하고 갈등하면서 문제를 극복해 나가는 구체적 현장을 담았다. 저자는 정부규제와 조세정책, 중소기업육성 등 미시경제부터 글로벌 금융위기와 무역, 국가 간 경제협력 등 거시경제까지 경제의 전체적 흐름을 친절히 설명하여 5개의 장(章)으로 이론적 토대를 정리했다.
숫자와 이론으로 이루어진 추상적인 경제학과 지하경제, 국민건강보험, KIKO 사태 등 우리가 실제 피부로 느끼는 경험을 묶어 읽으면 경제의 심장을 느낄 수 있다. 경제ㆍ경영학도는 물론 경제관료, 기업체 임직원 등 한국경제와 미래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필독서로 추천할 만한 명저이다.